“수상은 놓쳤지만 존재감은 남겼다”… 나홍진 ‘호프’, 칸 뒤흔든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끝내 칸 국제영화제 트로피를 품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화계 분위기는 단순한 “수상 불발”로 정리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올해 칸 경쟁 부문 전체에서 가장 강렬한 화제성을 남긴 작품 중 하나로 기록되면서, 한국 영화계에는 또 다른 의미의 ‘희망’을 남겼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는 지난 23일 오후(현지시간) 폐막식을 열고 경쟁 부문 수상작들을 발표했다. 기대를 모았던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최종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영화제 폐막 직전까지 현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만큼 아쉬움은 더욱 컸다. 나홍진 감독을 비롯해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 주요 배우들은 폐막식 당일까지 칸 현지에 머무르며 결과를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칸 영화제 측으로부터 폐막식 참석 요청 연락을 받지 못하면서 수상 가능성이 사실상 정리됐고, 결국 ‘호프’ 팀은 폐막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칸 영화제는 통상 수상 예정작 관계자들에게 폐막식 당일 낮부터 참석 연락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현지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호프가 끝내 수상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감지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영화계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겁다. 실제로 ‘호프’는 지난 17일 공식 상영 이후 칸 현지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영 직후 관객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폭발적으로 퍼졌고, 각국 영화 매체와 평론가들의 리뷰도 쏟아졌다.
무엇보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강렬한 연출 스타일이 다시 한번 세계 영화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다. 압도적인 영상미와 음향,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연출, 그리고 정체를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크리처의 등장까지 더해지며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독창적인 장르 영화 중 하나”라는 반응도 나왔다.
칸 현지에서도 ‘호프’는 단순한 경쟁작 이상의 존재감을 보였다. 공식 상영 당시 2500석 규모의 뤼미에르 극장이 가득 찼고, 영화 종료 후에는 약 7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해외 관객들 사이에서는 “한국 장르 영화의 또 다른 진화”, “나홍진만 만들 수 있는 영화”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건 ‘호프’가 칸 경쟁 부문 라인업 자체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칸 경쟁 부문은 예술영화 중심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호프’처럼 강한 장르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가진 작품이 중심 화제작으로 떠오른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영화계에서는 “나홍진 감독이 이제 칸이 사랑하는 장르 감독 반열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곡성’ 이후 무려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칸 경쟁 부문 중심에 섰고, 글로벌 마켓 반응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단순한 초청 이상의 성과라는 분석이다.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측 설명 역시 흥미롭다. 당초 ‘호프’는 후반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였지만, 칸 영화제 측의 강력한 러브콜로 출품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수준의 요청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칸 상영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후반 편집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배급사 측은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관객들과 만나기 전까지 남아 있는 약 두 달의 시간”이라며 “나홍진 감독이 완성도를 끝까지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점이 영화 팬들의 기대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미 칸 현지에서는 “지금 상태만으로도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평가가 나온 상황인데, 나홍진 감독 특유의 집요한 후반 작업이 더해질 경우 완성도가 한 단계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 반응 역시 심상치 않다. 국내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상을 못 받아도 이미 게임 끝난 느낌”,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곡성 이후 10년 기다린 보람 있을 듯”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영화 팬들은 벌써부터 “올해 한국 영화 최대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마을 청년들로부터 호랑이 출몰 소식을 듣게 되면서 믿기 어려운 사건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나홍진 감독 특유의 세계관이 결합된 영화로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아왔다.
비록 칸의 트로피는 품지 못했지만, ‘호프’가 남긴 흔적은 결코 작지 않다. 오히려 한국 장르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평가가 더 강하게 남고 있다.
그리고 이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국 개봉으로 향한다. 칸에서 이미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호프’가 최종 완성본으로 국내 관객들과 만났을 때, 과연 한국 영화계에 어떤 ‘희망’을 남기게 될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