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연예인 아닌 소설가로 인정받고 싶었다”…차인표, 2년 만의 신작 ‘우리동네 도서관’에 담은 진짜 이야기

배우 차인표가 아닌 작가 차인표의 시간이 다시 시작됐다. 오랜 시간 대중에게 배우로 기억돼 온 그가 다섯 번째 장편소설 ‘우리동네 도서관’을 들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 소설도, 역사 소설도 아니다. 작가와 독자, 그리고 상상 속 존재인 ‘용’을 통해 창작의 의미를 되묻는 메타픽션이다.

27일 서울 중구의 한 장소에서 열린 신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차인표는 이번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작가로서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2009년 첫 소설을 발표한 이후 다섯 번째 장편소설을 출간하게 됐다”며 “2024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집필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소설의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한 질문이었다.

차인표는 “원래는 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용이라는 존재를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없다. 누구도 본 적 없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동네 도서관’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작품 속에는 동네 도서관에서 소설을 집필하는 현대의 작가 ‘나’와 고구려 시대 화공 ‘번각’이 등장한다. 번각은 직접 본 것만 그린다는 신념을 가진 화가지만 어느 날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용을 반드시 그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설을 쓰는 현실의 작가 앞에 어느 날 진짜 ‘용’이 나타난다.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과 창작의 한계를 비웃으며 끊임없이 흔든다. 여기에 독자까지 이야기 속에 개입하면서 작품은 현실과 허구, 창작과 독서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픽션으로 확장된다.

차인표는 이번 작품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독자에게 보내는 감사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는 이유는 독자들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면 이번에는 나로 하여금 계속 소설을 쓰게 만드는 존재가 독자라는 걸 알게 됐다”며 “읽는 사람이 있다면 쓰는 행위는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에는 작가와 독자의 관계를 바라보는 차인표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는 “독자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 자체를 소설 안에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차인표는 자신의 작가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던 황순원문학상 수상 당시의 심정도 공개했다.

특히 처음에는 수상을 거절하려 했다는 고백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솔직히 처음에는 상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며 “대중 연예인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는데 오랜 세월 소설만 써온 작가들이 많은 상황에서 내가 상을 받는 것이 염치없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상이 오히려 내게 족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누가 썼는지가 아니라 작품 자체로 평가한 결과”라는 설명을 들은 뒤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차인표는 “그 이후로는 내 글이 조금 유치해 보이더라도 결국 내 방식대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좋은 상을 받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배우보다 작가로서 더욱 의미 있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4년 출간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화 형식으로 풀어내며 큰 주목을 받았다. 해당 작품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한국학 교재로 선정되며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 2022년 출간한 ‘인어사냥’은 인간의 욕망과 환경 파괴 문제를 판타지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며 제14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한때 ‘국민 배우’라는 수식어가 익숙했던 차인표는 이제 소설가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의 작품들이 단순한 유명인 출판이 아닌 사회적 메시지와 문학적 실험을 담아내며 꾸준히 독자층을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판계에서도 이번 신작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최근 독자들은 단순한 판타지나 장르적 재미를 넘어 창작과 인간, 관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동네 도서관’ 역시 용이라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상상력과 현실, 그리고 작가와 독자의 연결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우 차인표보다 작가 차인표의 이름이 점점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지금, 이번 ‘우리동네 도서관’이 또 한 번 그의 문학적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 독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