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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이가 AI로 돌아온다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다

‘어느 가족’, ‘괴물’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번에는 AI 시대의 가족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인간과 기술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시대,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SF적 소재를 통해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질문을 던진다.

4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상자 속의 양’ 언론배급 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극의 중심에 선 아역배우 쿠와키 리무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들을 대신해 한 가족의 집으로 들어온 7세 설정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족’이라는 존재를 배우고, 동시에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표면적으로는 AI와 로봇을 소재로 한 SF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가족 서사와 상실, 기억,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에 놓여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날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약 2년 전 생성형 AI를 활용해 죽은 사람을 다시 구현하는 비즈니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며 “상하이에서 실제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돌아가신 분의 사진과 영상을 AI로 복원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순간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AI 기술 발전은 단순히 업무나 창작 영역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기억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AI 음성 복원 기술이나 고인을 디지털 아바타 형태로 재현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윤리적 논란과 함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바로 그 지점에 주목했다.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상자 속의 양’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감독은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도 의미심장한 설명을 남겼다.

그는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숲으로 향하지만 결국 어른들은 다시 돌아온다”며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이 아니라, 사라진 존재를 계속 상상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지 않게 된 존재를 기억하고 상상하며 살아가는 힘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그의 영화에는 언제나 ‘정상 가족’의 틀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혈연보다 관계가 중요했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가족의 의미가 됐다.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죽은 아이를 대신하는 휴머노이드라는 설정은 낯설지만, 결국 영화가 말하는 것은 인간이 서로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방식이다.

주인공을 맡은 아역배우 쿠와키 리무도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첫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한국에 와서 정말 기쁘다”며 “시간이 된다면 많이 놀러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고레에다 감독의 연기 지도 방식에 대해서는 “감독님은 항상 ‘너답게 하라’고 말씀하셨다”며 “다른 감독님들은 연기를 알려준다고 들었는데 감독님은 편하게 하라고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레에다 감독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유명한 감독이다. 특히 아역배우들에게 정해진 감정보다는 실제 감정을 끌어내는 방식의 연출을 선호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쿠와키 리무 역시 “촬영장에서 감독님과 배우들이 많이 놀아줬다”며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에 고레에다 감독은 웃으며 “그리고 가끔 촬영도 했다”고 덧붙여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영화계에서는 ‘상자 속의 양’을 두고 고레에다 감독의 새로운 도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AI와 휴머노이드라는 소재는 분명 SF 장르의 영역에 속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느 가족’이나 ‘괴물’처럼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와 일본 영화계에서도 AI를 다룬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기술 발전의 명암이나 미래 사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반면 고레에다는 기술보다 그 기술을 마주한 인간의 마음에 집중한다.

그래서 ‘상자 속의 양’은 AI 영화이면서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가족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죽은 아이를 대신한 로봇, 그리고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거장 감독이 던지는 이 낯설고도 따뜻한 질문이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남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영화 ‘상자 속의 양’은 오는 1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