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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리 감독 “처음엔 아니었다”… 칸 간 ‘도라’, 김도연 캐스팅 비하인드 공개

정주리 감독이 영화 ‘도라’의 주인공 김도연 캐스팅 과정을 직접 밝히며 작품에 담긴 의도와 감정을 설명했다. 특히 “처음에 떠올렸던 도라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는 솔직한 고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주리 감독은 19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 ‘도라’ 인터뷰를 통해 작품과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도라’는 알 수 없는 피부병을 앓고 있는 도라가 시골에서 나미, 연수 부부와 함께 지내며 처음으로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되고, 그 과정에서 관계와 감정이 흔들리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단순한 성장 서사보다는 상처 입은 인물들의 감정과 욕망, 회복의 과정을 정주리 감독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여성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정 감독 특유의 연출 스타일이 다시 한번 강하게 드러난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이 더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정주리 감독의 칸 이력 때문이다. 그는 장편 데뷔작 ‘도희야’, 두 번째 작품 ‘다음 소희’에 이어 이번 ‘도라’까지 발표한 장편 세 편 모두를 칸영화제에 진출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 영화 역사상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이다.

정 감독은 첫 상영 이후 관객 반응에 대해 “도라와 나미를 진심으로 바라봐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오히려 응원받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건 김도연 캐스팅 비하인드였다. 정주리 감독은 “굉장히 긴 오디션 끝에 최종적으로 선택한 배우”라고 밝히며 “사실 처음에 생각했던 도라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외적으로도 작고 연약해 보이는, 취약함 자체가 드러나는 인물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디션 과정에서 김도연을 보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정 감독은 “김도연 배우에게서 회복 이후의 도라를 봤다”며 “모든 과정을 묵묵하게 견뎌내는 우직한 힘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에 굳건하게 서 있는 도라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며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온라인에서는 “김도연이 이런 작품까지 가는 게 신기하다”, “아이돌 출신 이미지보다 배우 느낌이 점점 강해진다”, “정주리 감독이 선택한 이유가 뭔지 궁금해진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김도연은 최근 작품 활동을 통해 점점 배우로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려한 캐릭터보다는 감정선이 중요한 작품들에서 안정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반응도 많다.

이번 작품에서 또 다른 핵심 인물은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다. 정주리 감독은 나미 역할이 원래는 한국인 설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랜 준비 과정 속에서 “이 인물을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계속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미의 깊은 외로움과 공허함은 내가 다 알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느 순간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동시에 안도 사쿠라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감독은 안도 사쿠라와의 첫 만남을 “눈앞에 진짜 나미가 있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시나리오를 급하게 일본어로 번역해 전달했는데, 배우가 작품 전체와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안도 사쿠라는 일본 영화계에서도 깊은 감정 연기와 현실적인 표현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배우다. 그런 만큼 이번 ‘도라’에서 보여줄 감정 연기 역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작품은 프로이트의 ‘도라 사례 연구’를 현대 한국 사회로 옮겨온 설정 역시 흥미로운 포인트다. 정주리 감독은 “프로이트는 결국 도라의 말을 끝까지 믿지 못했다”며 “실패한 사례로 남은 도라를 이번 영화에서는 회복하고 다시 살아나는 존재로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도라를 회복하게 만드는 힘은 결국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나미와의 관계 속에서 도라가 점차 자신의 감정을 회복하고, 결국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존재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는 여성 서사를 다루는 방식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인물의 감정과 욕망 자체를 깊게 탐구하는 작품들이 늘어나는 흐름이다. 그런 점에서 ‘도라’ 역시 정주리 감독만의 색깔이 강하게 담긴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칸에서 첫 공개된 ‘도라’는 올해 하반기 국내 개봉 예정이다. 과연 정주리 감독이 이번 작품으로 또 어떤 울림을 만들어낼지 영화 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