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저물었다”…팝아트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별세, 예술계를 울린 마지막 작별
현대미술계를 대표하는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가 세상을 떠났다. 영국 팝아트의 상징이자 20세기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아온 그는 생전 마지막 순간까지 창작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예술가였다.
세계 미술계는 물론 국내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그의 별세 소식에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미술의 아이콘, 향년 88세로 별세
데이비드 호크니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8세.
유족과 관계자들은 “89번째 생일을 약 한 달 앞두고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세계 미술계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수십 년 동안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어온 상징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단순히 한 명의 화가를 넘어 현대미술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영국 팝아트의 얼굴이 되다
1937년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호크니는 1960년대 영국 팝아트 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당시 그는 기존 예술 문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표현과 대중문화적 감성을 작품에 담아내며 젊은 세대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그는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햇빛과 수영장, 풍경 등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감으로 표현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특히 밝고 선명한 색채,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구도는 호크니 작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그의 그림은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독창적인 개성을 지녔다.
살아있는 전설이 된 대표작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표작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이다.
이 작품은 2018년 뉴욕 경매에서 약 9030만 달러에 낙찰되며 당시 기준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 가운데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는 단순한 경매 기록을 넘어 호크니가 현대미술 시장에서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미술계에서는 그를 두고 “피카소 이후 가장 대중적인 현대미술가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디지털 아트까지 품었던 혁신가
호크니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유명 화가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평생 새로운 기술과 표현 방식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많은 원로 예술가들이 전통 회화에 머무는 것과 달리, 그는 아이패드와 태블릿을 이용한 디지털 드로잉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80대가 넘어서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작품을 제작하며 “예술은 도구가 아니라 상상력에서 시작된다”는 철학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그는 단순한 원로 화가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창작자로 존경받아 왔다.
한국에서도 특별했던 데이비드 호크니
국내 팬들에게도 데이비드 호크니는 매우 익숙한 이름이다.
특히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데이비드 호크니’는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전시는 역대급 관람객 수를 기록하며 미술 전시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거뒀다.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젊은 세대와 일반 대중까지 전시장으로 불러모으며 “호크니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SNS에는 전시 인증 사진이 넘쳐났고, 그의 수영장 연작과 풍경화는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만큼 데이비드 호크니는 한국 대중에게도 가장 친숙한 세계적 미술가 중 한 명이었다.
SNS에도 이어지는 추모 물결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 미술관과 예술기관, 작가들은 일제히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현대미술의 한 시대가 끝났다”, “그의 색채는 영원히 기억될 것”, “예술을 어렵지 않게 만들어준 작가였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미술 팬들 역시 “2019년 전시를 아직도 기억한다”, “호크니 작품을 보고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마지막까지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진정한 예술가”라며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작품은 남고, 예술은 계속된다
예술가의 삶은 끝났지만 작품은 남는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팝아트의 전성기부터 디지털 아트 시대까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현대미술의 변화를 직접 이끌어온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수많은 그림과 드로잉, 사진 작업들은 앞으로도 전 세계 미술관과 전시장을 통해 사람들과 만날 것이다.
특유의 밝은 색채와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별세는 한 명의 화가를 잃은 사건을 넘어 현대미술사 한 페이지가 마침표를 찍은 순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의 작품 속에 담긴 빛과 색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을 것이다.